중국 최고의 전자상거래 시골 마을,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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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진르터우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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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한 시골 청년의 '창업' 구상에서 비롯됐다.

2007년 쉬저우(徐州) 쑤이닝현(睢宁县)의 한 시골 청년. 한 달을 꼬박 일해 손에 쥐는 돈은 고작 1000~2000위안.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던 그는 일찍이 창업을 꿈꿨고, 이리 저리 사업을 궁리했지만 모두 여의치 않았다.

그가 갖고 있는 몇천 위안으로는 정수기 대리상도 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한 기회에 상하이에 있는 이케아에 들어간다. 여기서 그는 번뜩 영감이 떠올랐다.

왜 가구를 온라인에서 팔지 않지?

생각은 단순했지만, 가능성이 있는 얘기였다. 이 시골 청년의 아이디어는 결국 그가 살고 있는 마을에 거대한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바로 '중국 전자상거래 제 1마을' 유명한 중국 장쑤성의 작은 마을 샤지전(沙集镇) 이야기다.

[출처 진르터우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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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이 마을은 규모는 작지만 16,000여개의 온라인 점포와 1300여개의 오프라인 점포, 136개의 물류 온라인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 쑤이닝현의 전자상거래 매출은 286억 9000만 위안으로, 그 중 '가구'의 매출이 85%를 차지한다. 지난 10여년간 전통 전자상거래의 재미를 톡톡히 본 지역이다.

한편, 전자상거래 방면에는 도가 튼 이 마을 사람들에게 얼마 전 놀라운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무슨일일까?

며칠 전, 쑤이닝현 현장(县长)이 직접 핀둬둬(拼多多)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샤지전의 가구를 판매했다. 현장이 출연한 당일 라이브 방송에는 260만 명의 네티즌이 몰려들어 당일 거래액이 단숨에 400만 위안(약 6억 9000만원)을 넘겼다. 이런 성적은 아무리 전자상거래의 풍랑에 익숙한 샤지전 사람들에게도 매우 새로운 경험이었다.

쑤이닝현 현장(??) 쉐용(薛永,오른쪽)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진르터우탸오]

쑤이닝현 현장(??) 쉐용(薛永,오른쪽)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진르터우탸오]

생방송 카메라 앞에 선 시골 사람들

현장이 라이브에 참여했던 이 기업의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핀둬둬 라이브의 트래픽과 주문으로 이어진 전환률은 평소보다 무려 5배 이상이 높았다. 현장이 참여한 특별 라이브이기도 했지만, 라이브 커머스 자체의 파워를 보여주는 계기였다. 이러니 샤지전의 사업자들이 너도나도 라이브 방송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다. 3일만에 핀둬둬가 다시 판을 깔았다. '샤지 가구 산업 연계 방송' 을 준비했고 93개 기업이 참여했다. 81개의 생방송 스튜디오를 개설돼 총 630여만 명의 네티즌의 이목을 끌었다. 거래액은 72시간만에 2000만 위안(약 34억 5000만원)에 육박했다.

이 날 라이브 방송에 참여한 모 기업가는 "이전에 라이브 방송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지금은 라이브 스튜디오를 준비하고 있다" 고 전했다. 핀둬둬가 이끌고 온 샤지전의 변화는 이제부터다.

[출처 진르터우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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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지전 뿐인가? 중국 전역으로 뻗어나가는 중이다. 많은 중국 제조업들이 새로운 전자상거래의 발걸음을 시작하고 있다.

3월 중순 광둥성 둥관(东莞)의 다랑전(大朗镇)과 후먼전(虎门镇) 모두 핀둬둬와 협력해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전시 판매회를 열었다. 다랑전은 중국의 유명한 스웨터 생산지로 연간 3만벌을 생산해 수출하는 지역이고, 후먼전은 여성 패션으로 유명한 곳으로, 연간 900억 위안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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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60%, 전세계 캐시미어 제품의 40% 이상을 생산하는 허베이 칭허현(清河县)에서도 핀둬둬의 '라이브 대회'가 열렸다. 이 곳의 한 90허우 상인은 핀둬둬에서 50여일간 24시간 쉬지 않고 생방송으로 중계하면서 폭발적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무려 270만명의 팔로워들이 이 방송을 시청했다. 이를 지켜본 윗세대의 칭허현 상인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시대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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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전통 전자상거래 트래픽 비용은 비싸지고,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자 수많은 제조업들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런 제조 기업들이 대부분은 중소기업이고, 제조력은 강하지만 브랜드가 약한 기업들이라 대기업이나 글로벌 브랜드와 맞서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소비자들이 브랜드와 가격보다 가성비를 선호하는 경향이 생겼고, 소비자 니즈를 생산자에 전달해 소비와 제조를 직접 연계하는 C2M(Customer to Manufacturer)에 전략으로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게 되자, 그들은 직접 라이브에 나서며 소비자와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경제가 뜨는 바람에 소비자 대신 체험할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가 성장하기 좋은 분위기 역시 갖춘 셈이다.

이렇듯 사업자에서 시작해 이제는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중국 라이브 방송은 현재 급물살을 타고 있으며, 전통 전자상거래로더 이상 빛을 보기 힘든 중국 기업들의 구원투수로 나서고 있다. 한국 기업들 역시 중국의 라이브 커머스를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악재이기도 하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소비에 굶주린 중국의 '폭발적 소비'로 울고 웃는 기업의 명암은 '생방송' 현장에서 극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차이나랩 이은령
출처 진르터우탸오

[출처 네이버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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